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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이 들려주는 IT 이야기

IBM은 왜 PC 시장에서 사라졌는가

안녕하세요? 일랑입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IT, 문과생이 부드럽게 구워드릴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점점 우리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가는 한 때 굴지의 PC 제조사, IBM에 대해 들려드리겠습니다.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은 한때 ‘컴퓨터 업계의 황제’로 불렸습니다. 20세기 초반부터 컴퓨터 산업을 선도하며, 1960~70년대에는 세계 컴퓨터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기업이었죠.
 
IBM은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었고, ‘컴퓨터=IBM’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굴지의 기업이 되었죠. IBM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컴퓨터 산업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제국은 PC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고, 철수하는 운명을 맞게 되었습니다.
 
IBM은 왜 PC 시장을 놓쳤을까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1. IBM, PC 시장을 만들었지만…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용 메인프레임에서 개인용 컴퓨터(PC)로 시장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Apple), 코모도어(Commodore) 같은 기업들이 소비자용 PC 시장을 개척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었죠. 기존에 IBM이 장악했던 기업 시장과 달리, 이들은 소형화된 개인용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시장 규모를 키워냈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꼈던 IBM은 1981년, IBM PC(모델 5150)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퍼스널 컴퓨터(PC)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아직까 대부분의 컴퓨터는 기업용이었지만, IBM도 발빠르게 개인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PC를 개발했던 것입니다. IBM PC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PC 시장의 표준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IBM의 잘못된 전략이 시작됩니다.

IBM은 왜 PC 시장에서 사라졌을까


2. 중요한 길목에서 저지른 실수

IBM은 번번이 실수를 저지르며 PC 시장에서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1)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지 않았다
✅ IBM은 자사 PC의 운영체제(OS)를 직접 만들지 않고, MS-DOS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라이선스 구매했다.
✅ 하지만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IBM은 MS-DOS의 독점 사용권을 사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기업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MS-DOS를 컴팩(Compaq), 델(Dell) 등 다른 PC 제조업체에도 판매하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IBM은 PC의 운영체제를 통제하지 못했고, MS-DOS가 시장 표준이 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종속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게 IBM이 PC 시장을 키웠지만, 그 핵심 기술(운영체제)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주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버렸던 것입니다.
 
(2) 핵심 기술을 ‘오픈 아키텍처’로 공개했다
✅ IBM은 PC의 하드웨어 기술을 표준화해 오픈 아키텍처(개방형 구조)로 만들었다.
✅ 즉, 누구나 IBM PC와 호환되는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IBM의 기술을 복제한 "IBM 호환 PC"가 시장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컴팩(Compaq), 델(Dell), HP 같은 회사들이 IBM과 동일한 PC를 더 싸게 만들면서 시장을 점령해버린 것이죠. 개방형 전략을 선택한 것이 결국 독이 되었고, IBM은 그렇게 자신들이 만든 시장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갔습니다.
 
(3) 가격 경쟁력 부족 & 비효율적인 운영
IBM은 원래 기업용 메인프레임을 만들던 회사였기 때문에, PC 생산 과정도 전통적인 대기업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려 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생산 비용이 높아져 경쟁업체보다 PC 가격이 비싼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컴팩, 델 같은 후발주자들은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며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IBM 호환 PC’를 선택했다.


3. PC 사업은 포기했지만...

1990년대, IBM은 점점 PC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운영체제)와 인텔(프로세서)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IBM은 더 이상 PC 시장의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기업용 PC 시장에서도 델, HP 같은 회사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점령했습니다.
 
결국 2005년, IBM은 PC 사업을 중국 기업 ‘레노버(Lenovo)’에 매각하며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PC 시장의 선구자였던 IBM은 스스로 만든 시장에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이라는 회사가 몰락한 것은 아닙니다. PC 사업을 포기한 대신, 기업용 서버, AI,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면서 살아남았고, 그 명성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죠. 제품보다는 서비스에 초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영향력을 잃지 않도록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IBM의 실패를 보며 모든 시장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지켜내고 통제하는 게 더 중요한 힘일 것입니다.
 
회사와 회사, 국가와 국가 사이의 기술 이전이 어느때보다도 민감하게 작용하는 오늘날의 IT 환경인데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